프로모션 로딩 중...
나의 완벽한 새 인생을 위하여
남편의 소꿉친구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가족의 사랑 한번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게 마음에 걸린다며, 남편 차태경은 내 목걸이도, 내 생일도 임서아에게 양보했다. 심지어 아들마저 몰래 임서아를 엄마라고 불렀다. “은성아, 서아는 이제 얼마 못 살아. 네가 좀 양보해 줘.” 남편에게 임서아에게 쏟는 관심을 조금만이라도 나한테 달라고 할 때마다, 아들 차이안은 언제나 아빠와 임서아 편을 들었다. “엄마가 맨날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잖아요. 서아 아주머니는 이제 곧 죽는다는데, 엄마는 왜 자꾸 서아 아주머니한테 뭐라고 해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게 됐다. 어느 날 밤, 병원에서 돌아온 아들이 아빠에게 하는 말을 우연히 듣고 말았다. “서아 아주머니는 진짜 상냥하고 예뻐요! 엄마도 서아 아주머니 같았으면 좋겠어요!” 차태경은 웃으며 다정하게 아들의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엄마가 조금 엄하긴 해도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 이안이 서아 아주머니를 그렇게 좋아하면, 아빠가 서아 아주머니를 엄마로 만들어 줄까?” 내 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조차 나보다 임서아를 더 좋아한 거였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침실 문을 닫았다. 두 사람이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조용히 사라져 줄게.
챕터 (1)
第1章
남편의 소꿉친구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가족의 사랑 한번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게 마음에 걸린다며, 남편 차태경은 내 목걸이도, 내 생일도 임서아에게 양보했다.
심지어 아들마저 몰래 임서아를 엄마라고 불렀다.
“은성아, 서아는 이제 얼마 못 살아. 네가 좀 양보해 줘.”
남편에게 임서아에게 쏟는 관심을 조금만이라도 나한테 달라고 할 때마다, 아들 차이안은 언제나 아빠와 임서아 편을 들었다.
“엄마가 맨날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잖아요. 서아 아주머니는 이제 곧 죽는다는데, 엄마는 왜 자꾸 서아 아주머니한테 뭐라고 해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게 됐다.
어느 날 밤, 병원에서 돌아온 아들이 아빠에게 하는 말을 우연히 듣고 말았다.
“서아 아주머니는 진짜 상냥하고 예뻐요! 엄마도 서아 아주머니 같았으면 좋겠어요!”
차태경은 웃으며 다정하게 아들의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엄마가 조금 엄하긴 해도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 이안이 서아 아주머니를 그렇게 좋아하면, 아빠가 서아 아주머니를 엄마로 만들어 줄까?”
내 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조차 나보다 임서아를 더 좋아한 거였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눈을 내리깔고 조용히 침실 문을 닫았다.
두 사람이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조용히 사라져 줄게.
제1화
남편 차태경과 아들 차이안이 나란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충격! 냉혹하기로 유명한 마피아 보스 차태경, 사실은 비밀 결혼에 다섯 살 아들까지 있다니!]
하지만 기사 속 여자는 내가 아니었다.
영상에는 차태경과 임서아가 다섯 살 난 차이안의 손을 양쪽에서 잡고 놀이공원을 걷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임서아는 웃으며 차이안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차태경은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누가 봐도 다정한 가족처럼 보였다.
몇 시간 뒤, 임서아가 SNS에 글을 올렸다.
[태경아, 이안아. 퇴원 선물 고마워! 머그컵은 이안이 직접 만든 거래요!]
사진을 눌러 보니 목걸이와 수제 머그컵이 보였다.
컵 밑에는 희미하게 글씨도 새겨져 있었다.
[엄마, 행복하세요.]
나는 무심코 식탁을 바라봤다.
차갑게 식은 음식과 촛불이 가득 꽂힌 생일 케이크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쓴웃음이 나왔다.
오늘은 내 생일이자 차태경과 결혼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축하를 받은 사람은 임서아였다.
두 사람은 임서아의 퇴원 날짜는 기억하면서도 내 생일은 잊었다.
나는 남편과 아들에게 생일 선물 하나 받지 못했는데, 대신 임서아가 두 사람의 서프라이즈를 받았다.
나는 어둠 속에서 한참 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늦은 밤, 차태경이 차이안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거실에 앉아 있는 나를 본 차태경이 잠시 멈칫했다.
불을 켠 그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이 시간까지 왜 불도 안 켜고 안 자고 있어?”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차태경이 미간을 찌푸렸다.
또 임서아 문제로 따지려는 줄 알았는지 먼저 아이를 바라봤다.
“이안아, 먼저 방에 가서 쉬어.”
하품을 하던 차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내 앞을 지나치려던 아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나를 올려다봤다.
“엄마, 생일 축하해요.”
차태경을 쏙 빼닮은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랑 이안이 일부러 엄마 생일을 잊은 건 아니에요. 서아 아주머니랑 같이 있어 준 것 때문에 화를 내는 건 아니죠?”
“엄마랑 우리는 앞으로도 오래 같이 있으니까 생일도 많이 챙길 수 있잖아요. 그런데 서아 아주머니는 이제 반년밖에 못 산대요.”
눈만 아빠를 닮은 게 아니었다.
하는 말까지 똑같았다.
반년 전, 차태경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소꿉친구 임서아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은성아, 서아는 어릴 때부터 고아였잖아. 이제 곧 죽는데 가족의 따뜻함을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대.”
“그래서 나랑 이안이 좀 더 같이 있어 주려고 해. 마지막까지 후회가 없게.”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우리는 앞으로도 오래 함께할 수 있지만 서아는 이제 1년밖에 안 남았잖아.”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이후 차태경과 차이안은 임서아와 보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
나한테도 조금만 신경 써 달라고 할 때마다, 차태경은 내가 임서아를 질투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갈수록 나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게 됐다.
내가 좋아하던 옷도, 내 목걸이도, 오래전부터 계획해 둔 놀이공원 나들이도, 정성껏 준비한 결혼기념일도.
그저 조용히 임서아에게 하나씩 내어줬다.
어느 날 밤, 임서아와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아이가 몰래 차태경에게 말했다.
“서아 아주머니는 진짜 상냥하고 예뻐요! 엄마도 서아 아주머니 같았으면 좋겠어요!”
그 말을 엿들은 순간, 마지막 기대마저 사라졌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이 뭘 하든 막지 않았다.
더는 상처받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그런데 지금 열 달을 품었다가 목숨 걸고 낳은 아들을 바라보니 가슴 한구석이 여전히 쓰라렸다.
아이는 모른다.
나와 이 두 사람에게도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나는 촛불이 가득 꽂힌 생일케이크를 바라봤다.
그 아래에는 이미 내 서명이 적힌 이혼 합의서가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은 그날 밤, 나는 아무도 모르게 다음 날 떠나는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오늘이 내가 떠나기 전, 두 사람과 보내는 마지막 생일이었다.
제2화
아이가 방으로 올라간 뒤, 거실에는 적막이 내려앉았다.
먼저 침묵을 깬 건 차태경이었다.
“은성아, 화내지 마. 네 생일 잊은 거 아니야. 선물도 진작 준비해 뒀어. 네가 제일 아끼던 목걸이를 찾았어.”
그 목걸이는 돌아가신 엄마가 남겨 준 유품이었다.
나는 늘 소중하게 간직해 왔다.
하지만 아이를 낳던 날, 난산으로 정신도 제대로 차리지 못한 사이에 도둑맞았다.
그때 차태경은 창백해진 내 손을 꼭 잡고 땀에 젖은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면서 반드시 찾아 주겠다고 약속했다.
목걸이는 정말 찾았다.
다만 내게 돌아온 건 아니었다.
어제 임서아가 올린 SNS 사진 속에서, 그녀의 목에 걸려 있었다.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표정을 본 차태경은 내가 이미 알고 있다는 걸 눈치챈 듯했다.
하지만 조금도 난처한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목걸이, 서아한테 그냥 빌려준 거야. 조금만 하고 있다가 네게 돌려줄 거야.”
나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어차피 내일이면 떠나기에 목걸이를 돌려받든 못 받든 이제는 상관없었다.
내가 예전처럼 따지지 않자 차태경은 안심한 듯 표정이 풀렸다.
그가 내 손을 잡고 차분히 설명했다.
“길어야 반년이잖아. 당신이라면 이해해 줄 줄 알았어.”
이런 일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임서아가 가족의 사랑을 느껴 보고 싶다고 하면, 차태경은 일까지 제쳐 두고 아이를 데리고 갔다.
놀러 가고 싶다고 하면, 내가 반년 넘게 계획한 가족 여행에 임서아를 데려갔다.
퇴원을 축하받고 싶다고 하면, 내 생일은 뒤로 미루고 선물을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내 목걸이가 갖고 싶다고 하면 애초에 찾지 못한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응, 하라고 해.”
나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손을 빼냈다.
내 표정은 그저 담담했다.
너무 순순한 대답에 차태경이 잠시 멈칫했다.
이내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스치면서, 목소리도 조금 부드러워졌다.
“걱정하지 마. 서아가 꼭 돌려줄 거야. 그동안 원하는 거 하나 더 골라. 더 비싼 걸로 사 줄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케이크 상자 밑에 눌려 있던 서류를 집어 그에게 내밀었다.
“이제 그런 건 상관없어. 차태경, 여기 사인해 줄래?”
차태경은 별생각 없이 서류를 받아 들었다.
펼쳐 보지도 않은 채 의아하게 물었다.
“무슨 서류인데?”
“이혼...”
말을 끝내기도 전에 차태경의 핸드폰이 울렸다.
병원에서 온 전화였다.
[임서아 환자의 보호자분 맞으시죠? 환자분이 길에서 갑자기 쓰러져서 지나가던 분이 병원으로 데리고 오셨습니다.]
차태경의 미간이 바로 일그러졌다.
“지금 가겠습니다.”
내가 차태경의 손에 들린 서류만 바라보고 있자, 그는 전화를 끊으며 바로 펜을 꺼냈다.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서명란에 대충 이름을 적고 내게 돌려줬다.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 차태경을 불러 세웠다.
“차태경.”
차태경이 돌아봤다.
“무슨 서류인지 안 봐도 돼?”
“나중에 볼게. 서아 혼자 병원에 있으면 무서워할 거야. 일단 내가 가 봐야 해.”
그리고 대수롭지 않게 손을 내저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오늘은 먼저 자. 기다리지 말고.”
그 말을 끝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나가 버렸다.
나를 한 번 더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나는 멀어지는 차태경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동안 수없이 반복됐던 밤들이 떠올랐다.
임서아의 다급한 전화 한 통이면, 차태경은 언제나 곧바로 달려갔다.
그리고 나는 매번 소파에 앉은 채 밤을 꼬박 새우면서 기다렸다.
그저 쓴웃음이 나왔다.
‘그래, 차태경. 이제 더는 안 기다려.’
제3화
다음 날 오전 10시.
내가 이곳을 떠나는 날이었다.
차태경은 평소처럼 병원에서 임서아 곁을 지키느라 밤새 들어오지 않았다.
아침이 되자, 나는 정리해 둔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아이 방 앞을 지나면서 걸음이 저절로 멈췄다.
아이를 낳을 때 나는 예정보다 일찍 진통이 와서 조산했다.
그 탓에 아이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하고 자주 아팠다.
조금이라도 더 잘 돌봐 주고 싶어서 내가 아이의 모든 일상을 직접 챙겼다.
가정부도, 베이비시터도 따로 두지 않았다.
잠시 망설이다 캐리어를 내려놓았다.
떠나기 전에 얼굴만 한 번 더 보고 가고 싶었다.
차이안은 생김새뿐 아니라 무뚝뚝한 성격까지 아빠를 똑 닮았다.
내가 방으로 들어가자, 책상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엄마, 안녕하세요.”
짧게 인사한 뒤 다시 그림에 집중했다.
차태경과 똑 닮은 얼굴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안아, 엄마 이제 갈게. 잘 지내야 해.”
아이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네.”
건성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고개를 살짝 기울여 보니 아이가 그리고 있는 건 어제 놀이공원에서 찍은 장면이었다.
임서아와 차태경, 그리고 차이안.
가슴이 울컥했다.
예전에 임서아가 SNS에 올린 영상이 떠올랐다.
영상 속 차이안은 임서아 품에 안겨서 솜사탕을 먹으며 신나게 웃고 있었다.
“난 서아 아주머니랑 있는 게 좋아요! 먹고 싶은 것도 다 먹을 수 있고, 밤새 TV를 봐도 되잖아요!”
“엄마는 맨날 이것저것 하지 말래요. 일찍 자라고 하고, 과일하고 채소도 먹으라고 하고!”
임서아는 기분 좋은 듯 웃으며 물었다.
“그럼 이안이는 엄마랑 아주머니 중에 누가 더 좋아?”
“당연히 서아 아주머니요! 엄마도 서아 아주머니 반만큼만 다정했으면 좋겠어요.”
엄하게 구는 나보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 해 주고 한 번도 혼내지 않는 임서아가 다섯 살 아이에게는 더 좋았던 모양이다.
나는 아이가 예전처럼 자주 아프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럴수록 아이와 나 사이는 점점 멀어졌다.
임서아를 열심히 그리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다 뜨거워진 눈가를 손끝으로 꾹 눌렀다.
이제 정말 나가려는데 뒤에서 차이안이 나를 불렀다.
“엄마.”
내가 뒤를 돌아봤다.
아이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가 예전에 이안이 좋아하는 건 엄마도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이안은 서아 아주머니가 좋아요. 그러니까 엄마도 서아 아주머니 좋아하는 거죠?”
순간 말문이 막혔다.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던 마지막 기대마저 사라졌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아무도 보지 못한 눈물을 조용히 닦고 살짝 웃었다.
“이안이, 서아 아주머니 곁에 있고 싶어 했잖아. 이제부터는 아빠랑 같이 계속 옆에 있어 주고 지켜 줘.”
아이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더는 보지 않았다.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도 생각하지 않았다.
캐리어를 다시 들고 그대로 집을 나섰다.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낯선 나라로 떠나는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핸드폰을 대기실 쓰레기통에 버렸다.
두 사람과 얽힌 모든 기억도 함께 버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비행기가 공항을 이륙하는 순간, 나는 자유로워졌다.